Claude로 블로그 만들기


이 블로그와 이 글은 Claude로 만들었다.

코드를 직접 짠 게 아니다. Claude와 대화하면서 무엇을 만들지 결정하고, Claude가 코드를 썼다. 나는 터미널에서 명령어를 몇 개 실행했다. 그게 전부다.


웹페이지를 만들기로 한 이유는 단순하다.

나는 실무에서 제품을 기획하고, 개발하고, 배포하고, 운영하는 일을 한다. AI가 그 일들을 하나씩 대신하기 시작하면서 궁금해졌다. “내가 해온 이 일들이 AI 입장에서 보면 어떻게 보일까.”

직접 해보고 싶었다. 블로그를 만드는 과정 자체가 그 실험이었다.


총 소요 시간은 한 시간 남짓이었다.

그런데 그 안에서 실제로 기술적인 판단이 필요했던 순간은 많지 않았다. 대부분의 시간은 이런 데 썼다. GitHub 계정 이름을 뭐로 할지 고민하는 데, 가비아 DNS가 적용되기를 기다리는 데, 중간에 약속이 생겨서 상대방과 맛집을 찾아보는 데.

기술적인 결정이 필요한 순간에는 Claude에게 물어봤다. 기술 스택 선택, 사이트 구조, 배포 설정. Claude가 결정하거나, 선택지를 주면 내가 골랐다.

처음으로 웹페이지를 만들었고, 도메인을 사서 연결했다. 단순히 웹빌더 UI에서 색상을 고른 게 아니라, 코드가 내 GitHub에 올라가고 빌드와 배포가 실제로 돌아가는 걸 경험했다. 처음 해보는 것들이었다.

git 명령어로 배포하는 화면


그러면서 한 가지 생각이 계속 걸렸다.

Claude와 문답을 이어가다 보면, 내가 회사에서 했던 일들이 굉장히 건조한 업무 단위로만 남는다. 기획안을 구현하고, 빌드와 배포를 오류 없이 수행하는 것. AI가 처리하면 결국 산출물만 남는다. 그러면 내가 해온 일은 그게 전부였을까.

돌이켜보면, 나 그리고 우리는 산출물을 만드는 과정이 존재하고, 그 과정에서 진보하는 것이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한다.

동료들 사이에서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일하는 방식이 있다. 비개발 직군이나 회사가 우리 산출물에서 기대효과를 얻는 과정. 그 산출물이 회사의 제품으로, 회사의 일부로 받아들여지도록 소통하고 설명하는 것. 산출물을 만드는 것과 그 산출물이 실제로 쓰이게 만드는 것은 다른 일이다.

협업의 범위에서도 그렇다. 동료들 사이의 피드백은 기계적이지 않다. 각 직무의 전문성에서 나오는 시각, 최종 의사결정자와 의도가 잘 반영됐는지 함께 확인하는 과정, 내가 이 일을 통해 팀에 어떤 기여를 하는지. 이런 것들은 AI가 산출물을 만들어준다고 해서 사라지는 게 아니다.

다만, 그게 내 일의 전부라고 생각했던 건 아닌지 — 이 사이트를 만들고 이 글을 쓰면서 든 생각이다.